[부고]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장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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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갤러리 사진전 '너의 표정'12월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점"사진은 찰나에서 우연 발견영화보다 더 큰 상상력 발휘"영화감독에서 사진작가로 변신한 박찬욱. 그의 작품 `Face 45`(2015년)를 왼쪽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제공 = 국제갤러리]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아가씨' 등 여러 한국 영화 수작을 연출한 거장 감독 박찬욱(58)조차도 처음에는 영화 만들기를 힘들어했다. 내성적이고 혼자 있기를 좋아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조율하고 결정하는 게 쉽지 않았고, 큰돈을 들여 만든 작품이 실패해 폐를 끼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영화를 그만둘 수 없어 계속하지만 그는 아직도 영화는 "무섭고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그런 박찬욱을 지탱해준 게 사진이었다. 심사숙고하고 계산하는 영화와 달리 찰나에서 우연을 발견하는 사진은 '해독제'로 다가왔다. 사진 일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자기 시간만 날리는 것이니 마음도 편했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쌓인 박찬욱의 디지털 사진 30여 점이 12월 19일까지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그의 첫 갤러리 개인전 '너의 표정(Your Faces)'으로 2013년부터 최근까지 찍은 것을 모았다. 전시 첫날인 지난 1일 이곳에서 만난 사진작가 박찬욱은 "내게는 영화감독과 사진작가의 정체성이 모두 있다"며 "영화 일이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을 놓지 못하겠다"고 했다.사진에서도 박찬욱의 시각은 과연 섬세하다. 먼저 'Face 16'(2013년)이 눈길을 끈다.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 그는 모로코 호텔 한 구석에 접힌 파라솔들에서 이슬람 유령을 발견한다. 금방이라도 이들이 깨어나 웅성웅성 소리를 낼 것만 같다. 박찬욱은 "배우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기 전 혼자 준비하고 감정을 끌어올리는 그 순간을 같이 담으면 영화의 독특한 리듬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며 "사진을 찍을 때도 드라마가 펼쳐지기 직전 상태의 모습은 흥미롭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 클럽에서 찍은 'Face 188'(2017년)도 비슷한 표정의 작품이다. 요철이 빼쭉 튀어나온 의자들은 공연을 앞두고 잔뜩 긴장한 밴드를 연상케 한다. 질감에도 정성을 들였다. 'Face 45'(2015년)는 흑백으로 촬영해 바위 표면의 울퉁불퉁함이 더욱 부각된다. 눈으로만 보는데도 손끝에 까끌까끌함이 느껴진다. 박찬욱은 "밝은 빛을 받는 가운데 바위 질감이 풍부하게 표현되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품과 음악으로 영화에 실감을 구현하는 기법을 사진에도 적용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박찬욱은 카메라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한다. 명백한 표정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풍경과 사물을 관찰하고 거기서 감정을 찾는다. 의자, 소파, 파라솔, 바위산 등 주변에 흔히 있어 아름답지 않을 것 같은 소재는 빛과 구도와 우연한 포착을 거쳐 아름다운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그는 "영화와 달리 사진은 시간적으로 한순간이고 공간적으로도 한곳"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 큰 상상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영화 현장에 갔을 때도, 여행지에서도, 심지어는 집에서까지도 박찬욱은 이제껏 계속 찍어왔다. "사진은 내게 꼭 필요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찍겠다고 한다. 사진을 찍는 자신을 그는 이렇게 그린다. "카메라를 메고, 이어폰을 낍니다. 음악을 큰 소리로 들으며 미친 듯이 걸어 다닙니다. 두리번거리다 보면 딱 마주치는 것이 있죠. 그때 아무 생각 없이 찍습니다. '어느 각도가 좀 더 흥미로울까, 여러 각도에서 찍어볼까' 하지만 대개는 하나의 피사체를 갖고 두세 번 정도에 끝냅니다. 그리고 다른 곳을 찾아가 또 찍죠."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박찬욱은 국제갤러리 작가로 합류한다. 동생인 현대미술 작가 박찬경이 있는 곳으로 형제의 협업이 기대된다. 이들은 2018년 공동 프로젝트 '파킹찬스 PARKing CHANce'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