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원소는 관도대전 이후에도 우월한 전력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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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89o2h263 작성일19-05-28 20:15 조회32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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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mkorea.com/best/1840575483
여기 댓글 보고 나도 댓글 다려다가 그냥 글을 하나 새로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썼어.
먼저 원소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은 위 본문에서 댓글을 조금만 읽고 오는 것도 좋을 거야.
요약해서 관도대전 당시 원소의 세력은 확실히 컸고, 연의에서 보이는 찌질한 모습은 많이 과장이었지. 오히려 얼자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만큼 세력을 넓힌 걸 보면 확실히 유능한 인재이긴 해. 문제는 꺼*위키에 엄청난 원소 빠돌이가 있는데, 걔가 몇 년 동안 원소 찬양하면서 거기에 반박하면 24시간 룰을 이용해 다 쫓아내버렸어. 그래서 지금 꺼*위키 원소 문서를 보면 아주 신격화가 따로 없어.
자 그럼 뭐가 문제냐. 꺼*위키 내용을 보면 원소가 압도적인 전력 우위를 갖춘 것 처럼 말하고 있어. 물론 관도대전 당시는 원소가 우월한 건 맞지만 정말로 압도적일까? 거기서 말하는 게 조조와 원소는 4개 주를 차지한 건 같지만 조조의 경우 영토를 넓힌지 얼마 안 되어서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하지. 근데 원소라고 해서 정말 다를 게 있나? 원소는 기주를 차지한 이래 10년도 안 되는 시간동안 하북 전체로 영역을 넓힌 건 똑같고, 그 과정에서 공손찬같은 세력과 다투기도 했지. 물론 조조가 차지한 예주에서 원소에 호응하는 반란이 일어난다든지, 대학살을 겪은 서주에서의 조조의 민심을 생각하면 관도대전 당시 조조가 확실히 불리했던 건 맞지만 결국 불안정한 4개주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건 조조나 원소나 똑같다는 거야.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야.
원소 세력은 근본적으로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큰 건 원소 본인이 기주목이었을 뿐 하북을 지배할 어떠한 정통성도 가지고 있지 않았어. 근본적으로 세력 자체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어 있었지. 삼국지에 나오는 다른 세력들도 마찬가지 아니었냐고? 그럼 삼국지의 각 군주들과 비교해보자.
먼저 환관의 양손자였던 조조는 천자를 끼고 한나라의 승상으로서 정치를 했어. 본인 자체는 정통성이 없지만 천자를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거지. 물론 이로 인해 조조 자신은 결국 한나라의 신하라는 입장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서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있긴 했지만 일단 정통성이라는 것 자체는 확보할 수가 있었어.
유비도 말 안해도 잘 알거야. 유비는 천자로부터 직접 인정받은 한나라 황실의 후예였고 동승의 의대조 사건 이후로는 역적 조조를 물리쳐야한다는 명분이 생기면서 세력은 미약해도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어. 이 역시 나라를 통치할 수 있는 정통성이라는 게 생긴 거지. 좀 나중이지만 촉나라가 계속 북벌을 하고 이 과정에서 마속을 처단한 것도 위나라를 몰아내고 한나라를 복원하는 게 촉의 국가 이념이었기 때문이야. 그걸 소홀히 하면 나라의 근본 자체가 흔들려.
손권은 진짜 노답이야. 협천자를 한 것도 아니고 한나라 황실도 아니고 본인의 리더십이 엄청난 것도 아니야. 이러니까 적벽대전 당시 휘하 호족들이 "걍 조조에게 항복하죠?"같은 소리나 하지. 그래서 손권은 여러 호족들에게 권력을 나눠주는 지방 분권형 정치체제를 갖췄고, 전쟁을 할 때도 중앙 정부에서 병력을 징발하는 게 아니라 각 지방의 호족들이 군대를 이끌고 참전하는 선에서 타협했지. 그리고 이들이 더 호응할 수 있도록 전쟁 때마다 군주인 손권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선봉에 섰어야 했어. 비효율적인 시스템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나라는 위촉오 중에 가장 오랫동안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어.
자 그러면 원소를 보자. 냉정히 말해 원소가 하북을 통치할 명분 자체가 뭐가 있니? 원소는 위의 군주들이 가진 명분은 하나도 없으면서 출신이 얼자라는 엄청난 페널티마저 있었어. 사실 원소도 자신의 부족한 정통성을 알고 한나라 황실의 일원이었던 유우를 황제로 추대해서 정통성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유우 본인이 거부했고, 시간을 보내다가 그 유우가 공손찬에게 죽고 말았어. 그런데도 이 원소의 세력이 굴러갈 수 있었냐면 원소거 가진 명망, 통솔력 등 개인적 능력들이지. 쉽게 생각해서 카리스마 덕분이야. 이건 정말 대단한 거긴 해.
하지만 이 방식은 엄청나게 불안해. 이런 방식의 통치는 원소 본인이 카리스마를 잃어버리면 세력이 와해될 우려가 생겨. 그래서 원소 통치 말기에는 지나치게 신중해지고 유유부단한 모습이 나오지. 꺼*위키의 1.5.3. 항목 보면 원소는 유우부단하지 않다면서 여러 예시를 들었는데 그거 다 원소가 젊었을 때 이야기야. 그렇게 과감했던 원소는 하북 4주를 장악한 다음에는 조조가 유표+장수와 싸우든, 유비를 침공하든 자기 자식이 아프다면서 움직이지 않는 답답함의 끝을 보여주지. 근데 이건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게 한 번의 패배가 치명적인 원소 입장에서는 도저히 모험을 할 수가 없었어.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전에는 전쟁을 할 생각이 없었던 거지. 원소 내부에서 조조에 대한 대응책을 놓고 갈등이 있기도 하고, 허유가 뻘짓을 저질러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걸 봤을 때 어쩌면 그 당시부터 원소 세력은 이미 개인의 카리스마로는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을지도 몰라.
그러면 왜 이렇게 길게 원소의 정통성 문제를 가지고 얘기했을까. 바로 원소가 친정한 관도대전에서 패배했으니까 문제가 터진거지. 허유는 애초에 조조하고 내통하고 있었고, 전투에 패배하자 장합은 불을 지르고 투항하고, 기주의 호족들은 조조에게 항복하거나 반란을 일으켜. 반란 자체는 어찌어찌 잘 진압했지만 관도대전에서 원소가 입은 가장 큰 피해는 병력이나 영토가 아니야. 본인의 리더십이지. 관도대전에 패하고 돌아와서 전풍을 처단한 것도 어떻게든 본인의 카리스마를 회복하고 싶어서 벌인 일이 아닌가 싶어. 그만큼 원소에게 있어서 패배는 치명적이었거든. 조조나 유비가 여러 번 패배했어도 휘하 장수가 방화를 저지르고 도망간다든지 같은 일은 없잖니.
너희들도 잘 알다시피 원소 본인은 다시 세력을 규합해 조조와 2차전을 벌이기 전에 사망해.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위에 본문의 의견들(아마 꺼*위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은 것)처럼 정말로 관도대전 이후에도 원소의 세력이 확실한 우위에 있었다고 말하기는 힘들었을 것 같아. 단순히 세력의 규모라면 충분했을지 모르지만 과연 그 이후에도 하북의 호족들이 순순히 원소의 말을 따랐을까? 나는 거기에 있어서 상당히 의심스러워.
그래서 결론은 꺼*위키좀 맹신하지 말자야.
내가 정통성 이야기를 길게 했는데, 이 쪽이 이야기에 관심있으면 아래 링크나 한 번 들어가봐.
https://www.fmkorea.com/182199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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